LinoRhino 4

후원모금 기간 : 2021.08.02 ~ 2021.08.20

참여작가 : 고현정, 김도연, 민택기, 배현정

LinoRhino 뉴스레터 No.1 : 2021.08.30
LinoRhino 뉴스레터 No.2 : 2021.09.30
LinoRhino 뉴스레터 No.3 : 2021.10.29
LinoRhino 뉴스레터 No.4 : 2021.11.30
LinoRhino 뉴스레터 No.5 : 2021.12.31

  • 출판, 사진, 회화의 작가 4명이 프로젝트를 후원한 사람들에게 진(Zine)으로 직접 찾아간 전시이다. LinoRhino4는 2021.07.02~2021.12.15에 이루어졌던 판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는 팬데믹의 상황으로 취소되는 전시와 행사의 ‘거리두기’ 시국에서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진(Zine)의 형태로 ‘거리 좁히기’의 전시를 꾀했다. 차단된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시대에서 기존 오프라인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물질적 행위에 대한 접근은 관람자의 묻혀져가고 있는 기억 속 편지의 냄새와 판화에 대한 관심을 감각적으로 자극시킨다.



몸에서 깨어나 털어내고 다시 만나며 잠들고, Awagami Kitakata에 라이노컷, 40x40cm, 2021
edition of 50





︎ 안녕하세요. 여름의 후원자님. 
어느새 낙엽이 많이 떨어졌네요. 선생님의 후원덕분에 즐겁게 이루어진 저의 에디션으로 겨울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에디션은 저의 첫 책으로 제게 있는 판화의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그런 멋진 향기를 가득 넣었습니다. 리놀륨보다 약하지만 그만큼 섬세한 하얀 보드에서 조각도는 얼음장 위를 매끄럽게 오고 내리듯이 부드러운 눈꽃을 뿌렸어요. 잉크 위에 롤러의 춤소리는 판을 아름다운 무도장으로 펼쳐 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한지와의 춤사위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온 몸의 힘을 풀어본다. 풀어내고 다시 또 풀어낸다. 몸은 저 얇고 하늘거리는 길다란 풀처럼 실이 되어버리며 땅 속으로 녹아들어간다. 그렇게 몸은 사라졌을까. 생각하던 손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간질간질은 손끝부터 뼈속까지 파고 들어간다. 몸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손에게 작은 고함을 외친다. 땅에서 나온 몸은 간지러움으로 갈라져버린 피부의 결들을 털어낸다. 

하늘에서 팔랑이는 날갯짓이 들려온다. 그러나 이도 단순한 간질이 아니었다. 몸은 우루루 달려오고 몰려오는 이들과 얽히고 설키다 무성한 수목 아래에 놓여진다. 몸은 간질과 간절과 간망 간에 간기를 느끼다 잠에 들었다.


︎ 김도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 머무르며 작업하고 있다. 김도연은 자신의 신체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한다. 개인의 감각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와 형식을 찾아 실험하며 다양하게 접목하는 드로잉을 한다.








“인간적이다.”와 “인간만도 못한 놈”, “짐승만도 못한 놈”, “개새끼”라는 말.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정말로 무엇일까. 몸 자체로 들어간다면, 동물이나 인간은 아프면 아픔을 호소한다. 허기지면 끼니를 찾고, 몸의 기운이 떨어지면 잠에 들어버린다. 날것 자체로 보면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을 사냥하고 가축으로 지배하고 때론 친우로 사랑하고 그렇게 다루기 시작하며 인간의 사회와 집단은 동물의 사회와 집단을 눌러버렸다. 인간의 커진 세계는 결합을 위해 윤리, 배려와 같은 태도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다뤄질까. ‘선’과 ’정도’를 지킴에서 욕망은 그 속에서 녹아내리기도 하지만 때론 피어오르다 못해 폭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녹아들어서 어떠한 불만이 없이 조화롭게 살았다 한들 죽음 직전에서 자신의 생을 돌아볼때는 어떨까. 탄식과 애증의 목소리, 열정과 비창의 이야기로 내려오는 많은 말들 속에서 응어리로 굳어진 ‘한’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다.




여기 ‘인간적이다’를 지키며 살아온 인간이 있다. 그는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생명을 다한 신체는 썩어가고 삭아가며 자연 속으로 묻혀진다. 인간의 몸 속에서 아직 생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을 외친다. 아직 풀어내지 못한 그 ‘한’은 썩은 동아줄마냥 아슬아슬했지만 외침과 동시에 단단한 한올로 안간힘이 되어버린다. 땅 속에서 인간의 손이 뻗쳐진다. 인간은 땅 위로 올라와 ‘인간적이다’라는 인간의 살껍질을 털어내자 그의 몸은 ‘동물적이다’라는 털로 뒤덮힌 모습이다. 무거운 껍질을 모두 다 털어내니 인간은 한결 가벼운 기분이 든다. 숨을 깊게 마시고 내시며 하늘을 바라보니 그가 생애 사랑했던 자연의 모습이 펼쳐져있다. 나비와 잠자리, 무당벌레. 작은 날개짓으로 인간의 ‘동물적인’ 탄생을 축하한다. 축하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이어진다. 그리고 그를 안아준다. 다람쥐와 토끼, 개, 독수리, 염소, 늑대, 사자, 곰. 무더기로 그에게 축하를 외치며 달려가 안아준다. 얼마나 지났을까. 인간이 묻혀졌던 자연의 그 땅 위에 덩어리가 동그랗게 얹혀졌다. 동그란 덩어리에서 미세한 작은 소리가 들린다. 다가가 귀를 대어보니 미세한 심장소리가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