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Kim Doyeon

불사자들의 섬


                                                                                                                                                                             


“글을 먼저 읽으신 후에 다섯번째 목판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세상 어딘가에 불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삶은 고통이며 죽음은 까마득한 무(無)다. 그러므로 이들이 말하는 불사란 비단 영원히 사는 것만은 아니다.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되 죽음이라는 절멸로 떨어지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불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몸이 필요하다. 영혼이란 미약하고 희미하여 흩어지기 마련이지만 육체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무엇이든 실어나르는 배와 같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몸은 살아있는 동안의 모든 고통을 야기하는 동시에 절멸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는 복잡다단한 의식을 치룬다. 이 과정은 언뜻 치밀한 자살과 닮아 있다.

이들은 비약(飛藥)을 제조해 섭취한다. 비약을 제조하는 실험실의 지질학적, 건축적 조건, 재료를 채취하고 보관하는 방법, 재료들의 혼합을 위한 불 붙이기의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알려진 비약의 재료는 다음과 같다.

  1. 낭간지화 (琅玕之華) : 낭간의 분말

  2. 금액 (金液) : 액화된 금의 분말

  3. 용태 (龍胎) : 용의 태

  4. 경정 (瓊精) : 옥의 정수

  5. 금단 (金丹) : 금으로 된 약물

  6. 구전 (九轉) : 아홉 번 순화된 약


5세기 말 편찬된 비밀스러운 책에 따르면 이러한 비약을 먹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불사에 도달하였는데, 기록은 불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혹한 죽음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들은 경정을 두 모금 마시고 자신들의 관을 두드리거나, 단 한 주걱을 마신 뒤에 자기 시신을 부패시킨다. 녹피공(鹿皮公)은 옥의 꽃을 마시고서 구더기들이 문틈 아래로 흘러 나왔다. 구계자(仇季子)는 액화금을 홀짝 마신 뒤 백리 밖까지 악취가 느껴졌다. 황제(黃帝)는 형산(荊山)에서 아홉 도가니를 태웠으며, 그의 무덤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사마계주(司馬季主)는 사라져 높이 올라가기 위하여 구름분말(雲散)을 섭취하였지만, 그의 머리와 발은 다른 장소에 죽어 있다. 묵자(墨子)는 무지개약물(丹)을 삼키고 스스로 강물에 뛰어 들어갔다. 스승 녕(寧)은 돌의 뇌(石腦)를 섭취하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무광(務光)은 부추를 잘라서 청냉의 심연으로 들어갔다. 백성(栢成)은 생기 있는 호흡을 억제하여 그의 내장이 세 번 이상 썩었다.*


불사자들은 죽음의 외면을 가장한다. 산 사람들의 질서를 그르치지 않으려는 일종의 배려인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몸을 썩히고 부패를 가속화하고 구더기들을 불러모은다. 텅 빈 무덤 한가운데 살아 생전 사용하던 칼이나 지팡이, 옷이나 신발을 남겨놓는다. 살은 썩어 흩어졌지만 내장만은 여전히 살아 붉고 푸른 빛을 뿜어내더라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대부분의 필멸자들은 기묘한 부활 앞에서 아연실색할 테지만 고통을 아는 자라면 호랑이의 침, 불사조의 뇌, 구름 낭간, 옥의 서리, 태극의 월액을 찾아 떠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불사를 꿈꾸는 자들은 이교도, 마녀, 마법사, 도사 등으로 유구하게 불려 왔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이러한 호칭으로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교도는 자신을 이교도라고 부르지 않으며 마녀는 자신이 마녀인지 모른다. 이들은 신비로운 고대사의 한 단락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불사를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든 있다. 불사를 꿈꾸는 자들은 탐욕스럽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이들은 최소한의 삶을 살고 최소한의 곡식을 먹으며 기쁨과 만족을 통제한다. 오직 죽음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삶을 엿본다. 어쩌면 그대도 불사를 꿈꾸는가?

김연재



* 앙리 마스페로, 『도교』, 신하령, 김태완 역, 까치 (1999) 199쪽